내 딸은 10세, 7세, 4세의 딸 셋을 둔 다둥맘이다. 그녀는 일자리와 교육 등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양평 한적한 곳에 둥지를 틀었는데, 그렇게 되기까진 나의 시골살이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긴 했다. 다둥맘 나의 딸은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자신의 꿈도 자연 속에서 조금씩 펼쳐가고 있다. 손주들은 매일 마당에서 자연과 친구하며 부산할 정도로 자기 주도적인 놀이를 좋아한다.
둘째 손녀는 생후 3개월쯤부터 얼굴에 심한 아토피가 시작되었다. 이런저런 처방에도 치료에 실패하자, 딸은 과감히 4살 큰손녀와 함께 하동 외가로 짐을 싸서 내려왔다. 처음엔 얼굴이 온통 진물투성이였으나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동네를 돌며 햇볕을 쐬어주고, 신선한 공기를 얼굴 피부에 닿게 해 주었다. 또 여러가지 풀들을 뜯어 말려서 삶은 물에(우리들만의 약초물, 그중에 질경이가 최고였다) 목욕을 시키고, 손수건을 적셔 얼굴에 대어주는 걸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하였더니, 점차 호전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징~하게 3개월 가량 우리들만의 민간요법을 계속한 결과, 딸은 아파트 생활을 마감하고, 양평으로 집을 옮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햇볕과 신선한 공기가 얼마나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된 것이다.
우리 부부가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하동 횡천으로 귀촌한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이 곳에 살수록 자연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터득하게 된다. 자연, 그 자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좋은 이웃들 역시 자연의 일부라 여긴다. 그들을 통해 상처도 받지만 치유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나 또한 자연을 닮은 이웃이 되려고 늘 노력한다. 22년에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웃에게 다가가리라 다짐한다.
횡천강 감입곡류(깊은 골짜기를 이루면서 곡류하는 하천)
문해숙 김해에서 횡천면으로 귀촌하여 양봉과 매실, 벼, 텃밭농사를 하는 만년초보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