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8일 토요일, 영호남 화합과 교류의 상징인 화개장터와 화개 버스터미널 인근 220여 동의 건물이 하천범람으로 침수되었다. 섬진강댐의 긴급 방류 때문이었다. 8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섬진강 일대에 400~5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섬진강댐에 물을 모아둘 수 있는 양, 즉 ‘섬진강댐 저수율’은 6일 75.1%에서 7일 84.1%, 8일 95.3%까지 급격하게 치솟았다. 수위가 홍수기 제한 수위 196.5m를 넘어 197.4m에 이르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황급히 섬진강댐의 긴급 방류가 시작됐다. 8월 6일의 방류량은 초당 198t 수준이었지만 8월 8일 초당 1,864t까지 단기간에 9.4배나 늘어났다. 그 결과 전남 구례·곡성, 전북 남원, 경남 하동 등 하류 지역 일대가 침수되었다. 2,147가구 4,382명의 수재민이 발생하였고 1635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대규모 하천 모래 준설 사업은 모래톱의 변형과 강에 서식하는 동⬝식물 생태계의 교란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두곡1지 구(상저구마을 앞) 모래 준설 현장]
생태계 파괴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집중 호우와 긴급 방류로 인해 섬진강 상류의 모래가 하류까지 휩쓸려 내려오면서 ‘모래퇴적’이 심화되었다. 이에 원활한 하천 흐름을 확보하여 하천 기능을 복원하고 재해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물 밑의 토사를 파내는 ‘하천 모래 준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토목공사에는 ‘두곡1지구’인 하동읍 비파리 일대에 46억 원, ‘두곡2지구’인 하동읍 두곡리 일대에 5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2021년 9월 말부터 2022년 9월까지 약 1년간 총 105억 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공사이다. 2021년 2월 발간된 ‘섬진강 하천기본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섬진강 내 골재채취 영구 금지」 합의에 따라 원칙적으로 하천 준설 및 준설토 반출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홍수 피해만큼은 예외로 인정하여 준설한 토사를 외부로 반출하는 것이 조건부로 허용됐다.
그동안 섬진강 ‘하천 모래 준설’ 작업을 금지해 온 이유는 생태계 보전 때문이다. 하천 준설이 물 밑의 토사를 파내는 공사이기 때문에 섬진강 모래톱의 변형과 모래 위에 서식하는 동·식물 생태계의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 가뜩이나 섬진강댐 수량 조절 실패로 섬진강물의 염분 농도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섬진강 생태계 파괴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공사를 진행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국토부 입장도 마찬가지다. 모래퇴적이 심화되더라도 하천이 자연적인 평형을 이루도록 무분별한 골재채취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홍수 발생으로 하류에 모래퇴적이 되더라도 궁극적으로 자연이 만들어 내는 평형 상태를 지켜보아야 하며, 하천 내의 수목은 동·식물의 생식·생육환경이나 하천 경관을 형성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어서 생태계 파괴를 고려하여 수목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하천 준설 작업이 조건부 허용이니만큼 모래톱·동식물 등 생태계 변화를 철저하게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무분별한 하천 준설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섬진강 생태 모래 지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섬진강 유역 내에 존재하는 모래의 질, 양, 하도의 깊이, 모래톱 위에서 자라는 동·식물의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야 한다. 하천 준설이 다시는 허용되지 않도록 자료를 축적하고 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섬진강을 관할하는 독자적인 상설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컨트롤 타워 시스템’ 구축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