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하류는 목이 탄다. 흐르는 강물이 적다 보니 바닷물이 섬진강 물을 밀어 올리며 강을 덮쳤다. 강물이 짜졌다. 강이 짜지면서 재첩은 살 수 없고, 주변 농경지 지하수에선 짠물이 솟아 하우스 재배가 힘들어졌다. 물이 흐르지 않는 하동읍 흥룡마을 앞 섬진강 모래사장에는 잡초와 잡목이 빽빽하다. 섬진강 생태계가 크게 바뀌었다.
섬진강 하류의 염분농도 관측소는 섬진강 끝에서 약 3.5km 위쪽인 섬진강대교 아래다. 이곳 관측자료는 하동군청 해양수산과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주마다 평균 염도를 내고 있는데, 2022년 1월 16일~22일 평균 염분농도는 약 20.73‰이다. ‰(퍼밀)은 천분율로 1000개 중에 몇 개가 있는지 표현하는 단위이고, 바닷물은 평균 염도가 35‰이다. 섬진강 하류는 강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짜다. 2021년 2월엔 30‰까지 올라갔다. 재첩은 염도 5~15‰에서 살고 18‰ 이상이면 폐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섬진강 하류에서 재첩은 살 수가 없다. 재첩이 위쪽으로 이동하여 서식하게 된다.
섬진강댐이 생기기 전인 1960년대 초까지 재첩의 주요서식지는 섬진강의 끝 지점인 태인도 부근이었다. 강물이 짜진 1990년대 이후 주요서식지는 15㎞쯤 상류로 바뀌었다. 강폭이 넓은 하구에서 폭이 좁은 위쪽으로 바뀌다보니 재첩 서식지가 크게 줄었고 생산량도 줄었다.
섬진강댐과 주암댐이 섬진강 물을 막았고, 광양 다압취수장에서 섬진강물을 빼갔다.
섬진강은 전북 팔공산을 발원지로 삼고 호남정맥의 큰 산들이 내어준 물로 호남을 거쳐,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과 합수하여 흐르는 강이다. 길이는 무려 223km이다. 그렇다면 섬진강의 끝자락 하동에는 큰 산들이 내어준 물이 엄청나게 흘러야 하는데, 바닷물이 15km 이상 역류할 정도로 물이 흐르지 않는다.
1965년. 임실의 섬진강댐이 준공되면서 위쪽의 강물을 막아버렸다. 강물이 크게 줄었다.
1991년. 순천의 주암댐과 주암댐 조절지댐이 건설되자 보성강에서 섬진강으로 흘러들던 물이 막혀버렸다. 구례와 하동 경계인 송정관측소에서 잰 강물의 양은 주암댐/주암조절지댐 준공 이전엔 초당 98.09톤이었는데 건설 후엔 초당 49.33톤으로 크게 감소하였다.(자료출처, 건설교통부 <섬진강수계 하천정비기본계획> 2003)
2005년 다압취수장이 하구에서 25㎞ 떨어진 악양면 평사리공원 강 건너편으로 위치를 옮기면서 강물은 더 줄었다. 다압취수장은 광양시와 광양제철소에서 쓰는 물을 하루 최대 40만 톤까지 뽑아간다. 다압취수장은 지금보다 7.2km 아래쪽에 있었는데, 주암댐 건설 이후 섬진강 물이 줄어들어 취수가 어려워지고 바닷물이 올라오자 현재 위치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