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경상남도에서 시작한 「우리아이 건강도시락 지원사업」(이하 도시락 사업)이 하동에서는 2023년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이 사업은 방학 중 초등돌봄교실 이용 학생 346명에게 60일(봄방학 10일, 여름방학 25일, 겨울방학 25일) 동안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도시락을 준비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인 취약가정을 위해 시작했는데, 이에 더하여 도내 친환경농수축산물을 사용하는 업체를 우선 선정하도록 해서 농산물 유통에도 도움을 주고자 했다.

학교 급식(사진 출처 : 하동초등학교)

학교 급식(사진 출처 : 하동초등학교)

도시락 사업 예산은 경상남도(959만 원, 6.6%)와 군청의 농산물유통관리과(7760만 원, 53.4%), 경남도교육청-하동교육지원청(5813만 원, 40%)에서 함께 지원하는 사업으로 총 1억 4532만 원이다. 도시락 1개에 7천 원이 쓰인다. 학부모들은 “방학 때 돌봄교실을 보내면서 도시락을 싸는 것이 부담이었는데 그 부담을 덜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인데 명칭이 「우리아이 건강도시락 사업」임에도 ‘건강’이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17개 학교 중 도시락을 받는 곳은 7곳 뿐, 나머지는 인근 음식점에서

이 사업이 처음 진행된 지난 겨울방학 때는 한 업체와 계약을 하여 각 학교에 배달이 되었다. 여름방학 때는 나서는 업체가 없어 계약이 되지 않자, 하동군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학교별로 해결하라고 했다. 그 결과 하동군 내의 17개 학교 중에서 도시락을 배달받는 학교는 7곳에 불과하다. 도시락 업체와 계약하지 못한 나머지 10개 학교는 인접한 일반 음식점에서 배달받는다.

이에 따라 초등 저학년인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짜고 매운 정도가 어른 음식과 당연히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음식을 먹게 되거나, 음식점에 따라서 아이들이 먹는 양을 가늠하지 못해 영양이 고르지 못하거나 반찬의 개수나 양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음식점까지 걸어가서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안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학교 앞 작은 음식점의 입장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이다. 음식점에서 점심 장사를 하면서 몇 안 되는 아이들의 식사를 따로 준비해야 하고 학교 측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여러 가지다 보니 번거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 사실 7천 원이라는 예산은 실제 음식 가격보다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음식점 사장들이 아이들 식사 준비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 이 정책을 제안한 거창군의 경우에는 공동급식소(민간업체)가 있어서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여 조리하고 배송까지 담당하고 있다. 거창군에서는 1식에 8천 원으로 다른 시군보다 천 원을 더 부담하고 있으며 배송비 또한 추가로 지불한다. 실질적으로 사업이 가능하도록 예산을 배정함으로써 전 지역에 도시락을 공급하고 있다.

도시락 사업은 방학 중 초등돌봄 아이들을 위한 좋은 정책이다. 문제는 하동에서 아이들에게 ‘건강’한 도시락을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 달 21일, 하동군에서는 ‘2024년 도시락 공급업체 모집공고’를 냈다. 이번에도 군에서 업체를 선정하지 못한다면 현재와 같은 상태로 다음 겨울방학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그 해결책으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