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명예교수, 금남면 주민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 토론에서 ‘RE100’ 문제(재생에너지 100%로 가자는 취지)가 불거진 적이 있다. 이 후보가 ‘RE100이 세계적 과제인 현재, 향후 대책이 뭔가’ 물었는데, 윤 후보는 RE100이 무엇인지 몰라 아무 대답도 못했다.
물론, 전문 용어를 모르는 게 죄는 아니다. 누구도 만물박사는 아니니까. 그러나 중요한 건, 태도다. 개념을 모르면 찾아보면 된다. 개념 그 자체보다 중요한 건 태도요, 자세다. 과연 RE100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가, 추진하되 올바른 방식으로 추진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RE100을 하려고 하는가? 이런 게 더 문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후보 역시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이제 야당 대표가 된 이재명은 RE100을 목표로 삼되 그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 한다. 물론, 한국과 세계 전체는 ‘경제성장 중독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과연 RE100이니 탄소중립이니 하는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은 요컨대, 지난 수백 년 자본주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쓰다 보니,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온실가스가 대량 발생했고 이것이 지구 온난화와 기후위기까지 초래했으니, 지금이라도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부터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석탄, 석유, 가스 같은 화석에너지가 아니라 태양광, 바람, 지열, 수력 등 청정하면서도 재생가능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부터 이런 문제의식이 높아져 에너지 전환이나 탄소중립, 그린뉴딜 등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리고 현 윤석열 정부 역시 어느 정도는 그런 문제의식이 있다. 그럼에도 에너지 전환이나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오류들이 나오고 있어, 그 중 일부만이라도 꼭 짚고 넘어가려 한다.
첫째, 에너지 전환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화석 에너지를 청정 에너지로 바꾸어야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삼척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 건설 중이다. 나아가, 노후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만들고자 하는데 LNG 역시 화석 연료이다. 더 심각하게는, 겉보기에 가스가 청정 에너지 같지만, 실은 이게 이산화탄소도 배출하면서도 메탄까지 대거 방출한다는 문제가 있다(메탄+산소=이산화탄소+수증기). LNG 자체가 메탄이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청 자료에 따르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온실효과가 강하다. RE100이니, 에너지 전환이니 하는 이유가 화석에너지를 그만 써서 더 이상 온실가스를 만들지 말자는 건데, 지금 이런 모습은 주객전도 내지 조삼모사다.
둘째, 현 정부는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핵발전 비중을 늘린다고 하는데, 과연 핵발전소가 청정, 재생, 지속가능 에너지인가?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서도 잘 나타나듯, 핵발전소는 그 자체가 위험물 덩어리다.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위기는 핵발전소를 결코 안전하게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 설사 평소에 안전 가동된다 하더라도 핵반응에 사용된 핵연료봉이나 각종 방사능 물질을 처리, 처분할 공간이 없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암, 불임, 기형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쓰리마일 핵폭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폭발, 일본 후 쿠시마 핵폭발에 이어 다음 순서는 프랑스, 중국 아니면 한국이라는 얘기도 많다. RE100이니 탄소중립이니 하는 얘기도, 모두 살자고 하는 건데, 죽음의 핵발전소를 자꾸 짓는다면 이 또한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