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부모님과 살면 자주 겪는 일들이 있다.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말들의 생략과 전후 설명없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통보식 일들이다. 함께 지내는 동안 가만 살펴 보니 전후를 설명하거나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표현할 그런 생각이나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까먹거나 머릿속에서 생각이 잘 정리가 되지 않거나 마음이 급해 결론부터 나오거나 쑥쓰러워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말들이 먼저 나오지 않는 경우들 이었다. 매번 내가 이해를 하고 넘어가는게 억울한 마음에 화도 내 보고, 설명도 해 보고, 하소연도 해 보고, 크게 다퉈 보기도 했지만 바뀌진 않는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의 경우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해 내는데 서투른 부분이 많다. 그에 비해 나이가 적은 사람들일 수록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조금 더 자유롭고 어떻게 보면 상대보다 나 자신이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서로 이야기 하다보면 이해하고 넘어 갈 수 있는 부분들도 거리가 멀어지고 만나지 않게 되면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알아들을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무조건 상대의 모든걸 이해하고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만 우리끼리 지낼래 하는 것 보다는 “그렇구나” 다르니깐 조금 불편하지만 절충점을 찾아야겠구나, 어차피 사람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니, 잘 까지는 아니지만 담을 쌓지는 않고 지내봐야 겠다 정도면 좋을 것이다.
달달한 감을 수확하는 계절 입이 심심할 오후 식탁 위에 놓인 감을 물끄럼히 처다만 보고 방으로 들어가시는 아버지께 “감 깍아 드세요” ”아이, 뭘… 나는 별로 안 좋아한다.” “깍아 드릴까요?” “아니다 됐다. 배부르다.”
단감 하나 얼릉 깍아 접시에 담아 드리니 “귀찮게…” “감이 맛이 들었네…”라며 맛있게 드셨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행동이나 말 한마디로 할 수도 있는 일 아닐까? 어르신들께는 내가 조금 젊으니 양보한다. 나보다 젊은 이들에겐 나도 저땐 그랬어 라는 그저 그런 생각이 어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