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일부터 10일까지 하동군의회는 7차례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2022년도 세입·세출 예산안에 대해 실과소별로 보고를 받고 심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날을 기록한 의회 회의록을 열람하며 눈에 띄는 대목들을 뽑아 보았다. 그 중 전년 대비 2,000% 증액된 생활환경정비사업을 먼저 살펴보자.
5억 200만원 생활환경정비사업
이 사업은 생활취약지역의 마을에 주민복지시설이나 마을기반시설을 정비해 주는 것이다. 한 예로 화개면 범왕리 신흥마을 회관 건립을 들 수 있다. 이 마을은 하동군에서 유일하게 마을회관이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군은 농협창고를 매입하여 마을회관으로탈바꿈시켰고 주민들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13개 읍면에 확대 실시, 기준 모호하고 중복 사업 많아
하동군 건설교통과의 담당자는 “주민호응이 좋아 13개 읍면의 취약지구에 전체적으로 하게 되었다” 고 말한다. ‘5억을 13개 읍면에 적용해도 65억인데 어째서 100억이 넘는 예산이 책정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많게는 옥종면에 10억, 적게는 화개면과 같이 5억 정도의 규모로 면별로 차이가 있다”고 담당자는 대답했다. 예산 배분의 기준이 인구수에 있는가에 대해 딱히 그런 기준을 적용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사업 담당자는 “취약지역에 국한시키지 않고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다”라고 했다. 예산 배분의 정확한 기준도 없고, 적용 지역도 취약지역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이 사업은 타 사업들과 중복되기까지 한다. 소규모 주민숙원 사업, 마을 만들기 사업, 도시재생 사업, 중심지 활성화 사업의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필요한 환경을 정비하고 새로이 만들어가는 일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100억 예산을 따로 들여 중복사업을 할 필요가 있을까.
2022년 지방선거를 노린 선심성 정책
군 담당자는 “세입이 늘어 주민들에게 혜택을 돌려 드리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2022년은 대송 산단으로 인한 채무 1300억 원에 대해 원금을 한 푼도 갚을 계획이 없는 해이다. 연이자 19억 2400만 원만 낼 계획이다. 세입이 늘어 여유가 생겼다면 빚부터 갚는 것이 상식이다. 굳이 중복되는 사업에 20배를 뻥튀기해서 예산 책정을 할 이유가 없다. 이 사업은 2021년까지는 5억 원 정도였고, 2023년 이후에는 다시 할계획도 전혀 없다. 생활환경정비사업이 2022년에만 있는 것도 아니니 이상할 수밖에 없다. 또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았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니 남은 건 단 하나. 선거를 노린 선심성 정책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이다.
하동군의회
생활환경정비사업의 예산 증액에 우려를 표명한 이학희 의원의 발언 일부를 의회 회의록에서 발췌해 보았다.
“2021년 5억 원, 2022년에는 100억 원대. 2023년엔 0원.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합니까?”
○이학희 위원 : (중략) 생활환경정비사업이 내년도로 끝나는 사업입니까? ○기획예산과장 최치용 : 내년 당해 년도로 되어 있습니다. ○이학희 위원 : 그럼 이후에는 이런 사업이 없습니까? ○기획예산과장 최치용 : 현재까지는 그 정도 예산을 투입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학희 위원 : 금년도까지 예산이 5억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2023년 이후에도 계획이 없고 제로입니다. 내년도만 100억 7100만원입니다.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됩니까? ○기획예산과장 최치용 : 군수님의 시정연설에서도 밝혔습니다만, 엑스포만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군민복지를 연결하는 절차인 것 같습니다. (중략) ○이학희 위원 : 이게 읍면별 기준도 그렇고 예산운영 기준이나 여기에도 부합이 되지 않습니다. (중략) 어쨌든 과장님, 우리 1,300억 빚을 고스란히 갚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게 맞는지 생각은 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이 맞고 안 맞고는 군민들이 판단을 하겠죠.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