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 아래, 2021년 하동에서의 삶은 어땠나
심각한 인력난, 고립되는 노인들
하동도 예외 없이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2021년을 보냈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지키며 만남을 자제해야 했다. 생활의 불편함, 감염의 위험, 소상공인들의 몰락도 큰 문제였지만 농촌 사회인 하동군에는 또 다른 문제들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농업 인력난이 심각하다. 일꾼을 구하기가 어렵다. 농업 인력의 상당수는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했는데, 입국제한으로 인력의 절대 부족을 낳았다. 그나마 인력시장에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도 체류기간 만기가 되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인건비를 더 준다는 도시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하동읍 소재 한 인력사무소에 소속돼 있던 외국인 노동자 12명이 한꺼번에 다른 도시로 나가버려 그 사무소의 인력 공급에 큰 차질을 주기도 했다. 사람은 없고, 일거리는 많으니 인건비가 10% 내외로 올랐다.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는 농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하동읍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K씨(70대. 남성)는 “인건비가 올라 사람 쓰기가 무섭다.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사람이 있어야 농사를 짓지. 참, 기가 막힌다. 어쩔 수 없이 광양까지 가서 일할 사람을 데려오고, 데려다주며 버티고 있다”며 1주일에 두 번씩 세 사람을 광양에서 데려다 쓴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노인들이 더 외롭게 고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네 노인들이 점심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폐쇄되거나 이용이 제한되면서 노인들은 고립되었다. 집에서 나갈 일이 점점 없어졌다. 게다가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자주 오지 못하여 더욱 외롭게 보내야 했다. 명절과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엔 집집마다 아이들 소리가 나고, 동네 골목마다 자동차가 가득했는데 작년과 올해는 그런 풍경을 볼 수가 없었다. 부산에 살고 있는 노씨(남성 56세)는 “불효막심이다. 어머니가 혼자 사시는데, 그동안 자주 가기가 눈치 보였다. 다섯 번 갈 것을 한 번 정도밖에 못 갔다. 그나마 백신 접종이 높아지고 나서는 자주 간다. 코로나 땜에 불효자가 돼 버렸다”며 한숨지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농업노동자의 인력난과 노인들의 고립은 현재 진행형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노인들의 고립감은 점차 해소되고 있으나 인력난은 더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하동군의 인구가 해마다 1,000여 명씩 줄어들고 있는데, 2021년은 2020년 말 대비 10월 말 기준 벌써 1,213명이 줄었다. 외국인 노동자는 빠져나가고 거주 인구는 줄고 있으니 “농사는 누가 짓나?”라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다.
군민들은 방역수칙을 지키며, 고군분투한 한 해였지만 하동군청의 간부 공무원들은 안이한 행태를 보여 빈축을 샀다. 하동에서 76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4차 유행이 우려되던 지난 2월에 윤상기 하동군수와 부군수를 포함한 공무원 17명이 식당에 모여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방역수칙을 위반하였다. 이 일로 경남 감사위는 하동군수에 ‘경고’, 부군수 등 공무원 16명에 대해 ‘경징계’를 요청하고, 참석한 공무원 전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조치했다. 게다가 5월 말에는 청암면장을 비롯한 공무원 5명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도박판을 벌여 경찰 수사를 받기도 하였다.
군민들과 보건의료인들의 고군분투와 상반되게 지자체 간부들이 안이한 태도를 보인 가운데 코로나현황은 어땠을까? 코로나 발생 이후 2021년 11월 23일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128명이다. 인근 지역인 남해군 102명이나 산청군의 76명 누적 확진자 수보다 많다. 다행히 사망자나 중증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 신고 건수는 384건이다.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다. 인력난과 고립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과 정책이 필요한 때다.
할머니 한 분이 마을 어귀에 앉아계시다.
불안한 의료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