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관내 13개 읍면을 돌아다녀 보면 어디에선가는 도로를 파헤친 공사현장과 마주치게 된다. 그것이 도로 확·포장 공사인지, 상·하수관로 매설공사인지, 통신선 매립공사인지는 모르겠으나 1년 365일 하동군에서는 도로와 관련된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평범한 군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토록 많은 자원과 예산을 투입하여 매일같이 도로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는데 하동군민의 교통편리성은 그만큼 향상되고 있나?’ 하는 소박한 의문을 가질 법하다. 이번 취재는 그런 의문에 답을 찾아보기 위한 것이다.

**하동군에만 서울-부산 간 거리의

3배가 넘는 도로가 깔려 있다**

<하동군 민선 6기(2014~2018) 군정기록집>(이하 ‘군정기록집’)에 따르면 하동군의 도로 총연장은 약 1,089km로 포장률은 2016년 말 기준으로 73.6%이다. 고속도로 1개, 국도 3개, 지방도 6개, 군도 20개, 농어촌도로 243개가 하동군 $675km^2$ 면적에 빽빽하게 깔려 있는 것이다. 서울-부산 간 거리(325km)의 3배가 넘는 엄청난 길이다.

같은 기간 동안 새롭게 건설됐거나 건설 예정인 도로도 많다. 2013~2018년에 건설된 도로는 도시계획도로, 생활도로, 군도·농어촌도로, 내륙권 순환도로, 남해안 일주도로 등 35개소 17.8km인데 투입된 사업비만 305억 2천만 원이다. 이뿐 아니다. <군정기록집>에 따르면 ‘도시계획구역 내 도로노선 118개소 중 61개소는 사업비 약 764억 원을 집행하였다. 27개소 미개설 구간에 대해서는 추후 예산확보를 통해 개설할 예정’인데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총 1689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잘 정비된 도로망을 통해 하동군민들은 마음껏 자유롭게 이동권(교통권)을 누리고 있을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촘촘히 깔린 도로망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승용차 이용자에 국한되고 노인, 청소년, 장애인 등의 교통약자는 오히려 이동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도로망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교통약자는 물론 평범한 군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9번 도로 부춘 삼거리 입구 공사현장

19번 도로 부춘 삼거리 입구 공사현장

도로는 늘어나는데

버스 타기는 더 힘들어졌다

노령화, 인구감소 등으로 인한 승객의 부족으로 민간의 여객운송업 운영이 어려워지고, 이를 대신할 공공교통 서비스의 공급마저 부족해짐에 따라 군민들은 심각하게 이동권을 제한받고 있다. 하동군의 경우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농어촌버스와 택시는 2014~2020년의 기간 동안 207대에서 194대로 6.3% 감소했다.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약자 콜택시도 7대에 불과하다. 대중교통망 확충은 외면한 채 도로 확·포장에만 주력해 온 하동군의 교통정책이 낳은 결과다.

대중교통 확충에 대한 하동군의 무관심은 예산편성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동군청이 2020년 실시한 ‘2021년도 예산편성을 위한 군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통 및 물류 관련예산’은 2016년 3.75%에서 2020년 2.91%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또한 ‘21년도 예산서’에 따르면 벽지 노선을 다니는 농어촌버스 등에 대한 보조금이 22억으로 전체예산의 0.37%에 불과하다. 이는 하동군이 벌이는 각종 행사운영을 위한 물건비(0.38%), 700여 명에 불과한 공무원 등에게 지급되는 포상금, 성과상여금(0.35%)과 비슷한 수준이다. 교통약자 콜택시에 대한 지원금도 2억 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군민들의 이동권이 제약되면서 나타나는 일상생활의 불편만이 아니다. 해당 지역 주민의 원활한 경제활동이 제한되면서 지역 경제의 침체나 지역 쇠퇴의 한 원인으로까지 작동하게 된다. 실제로 2017년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농촌주민이 도시로의 이주를 고민하는 이유로 ‘교육과 소득, 의료불만족’을 넘어서 ‘교통 불편’이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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